두 가지의 모순
올해 있었던 일들 중의 모순을 따지자면 그 중에 어느 것이 덜 모순되고 어느 것이 더 모순되었냐 하는 것을 가리는 데에도 얼마나 걸릴지 몰라 허덕일 정도입니다만, 어김없이 이번 정책에 있어서도 눈에 빤히 보이는 모순이 드러나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첫째는 균형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불균형 발전을 하는 모순입니다.
균형 발전을 하겠다 하면서 정작 펼치는 산업을 보면 이른바 '삽질'이 대세입니다. 즉, 토목 및 건설 위주라는 것입니다. 이전에 뉴스로도 나오고 관계자가 공언한 대로 IT와 같은 타 업종은 있는 예산도 깎일 형편이고, 다른 업종에 대해서도 토목과 건설만큼 정부가 지원을 해 준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매입해 주겠다'하더니 실가격보다도 높은 가격에 매입하면서 혈세를 펑펑 써대는 행동을 보면 저는 때로 이 정부의 위정자들이 콘크리트에 모두 마인드 컨트롤이라도 당하고 있나 하는 착각을 받습니다.
물론 '균형'은 '지역'에 대한 이야기이고 '불균형'은 '분야'에 대한 이야기이니 '갖다 붙인 것 아니냐'라고 말하시는 분도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이 토목, 건축 분야 하나로 먹고 사는 나라가 아니고(그렇게도 될 수 없고) 대량 생산, 양산형 시스템, 편중 투자와 같은 과거의 유산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렇게 한 분야로 국책사업이 편중될 경우 그들의 의도처럼 '지역'에서 균형을 이룬다 해도 과연 국가 전체에서 볼 때 '균형'이 이루어질지는 매우 의문입니다.
둘째는 녹색이 아닌 것을 녹색이라 하는 모순입니다.
아무리 친 환경 공사를 표방한다 해도 4대 강 유역에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하면서 '녹색'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가 사실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녹색'이란 말을 붙이기 어려운 더 큰 모순은 이 사업이 단순한 정비사업이 아니라 생태하천 복원, 레저 등 복합공간으로의 정비를 꾀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런 복합공간에 대한 공사를 하면서 '친 환경 공사'가 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입니다.
더욱이 이런 사업을 펼친 이후가 더 문제입니다. 복합공간의 이용에서 수반될 수밖에 없는 생활오염 및 환경오염은 어쩌면 그나마 차라리 나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와서 돈을 쓰고 가면 어찌되었든 돈이 들어오니까요. 그러나 그 '복합공간'에 사람들이 오지 않거나, 온다 해도 그것이 단기간에 그친다면 어찌 될까요? 당연히 그것은 후대에 '낭비'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안 하고 있지야 않겠습니다만, 만일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와서 놀겠지'하는 생각이라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빌린 문화관광지의 경우에도 콘텐츠 개발이 없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다는 기사 등은 좋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이에 더하여 좀 더 황당해진 것은, 이 사업에 들어가는 것이 '예산'이라고 하는 말로 볼 때 결국 '혈세'의 투입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대운하를 이야기할 때만 해도 '민자유치'를 공언했던 그들이 아니던가요? 만에 하나 4대강 사업을 민자로 충당한다 해도 이 토목공사의 결과로 조성된 '콘텐츠'들에서 사람들이 돈을 써 주지 않는다면 그 손실을 메울 길이 없을 터인데, '혈세'를 끌어 쓰게 된다면 이 정책이 실패했을 경우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들 전체의 몫으로 돌아올 것은 뻔한 노릇입니다. 지금의 청계천, 아니, 청계어항으로 인해 서울시가 지고 있는 재정적자를 생각한다면 이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실패했을 경우 그 부담은 상상 이상의, 만성 독약처럼 오랜 기간 동안 대한민국에 머물러 국민들을 괴롭힐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도무지 믿을 구석이 없는 말과 행동 - 뭘 보고 믿으라는 것입니까?
물론 4대 강 정비사업을 비롯한 제2단계 지역발전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지방경제가 낙후된 것은 사실이고 경기 침체로 인한 문제가 생기고 있는 만큼 이런 식의 사업을 통해 인위적으로라도 경기를 부양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고 이것은 저도 수긍하는 부분입니다.(단, 모든 사업이 토목, 건설에만 국한되는 불균형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정부의 이번 정책을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이기 매우 어렵습니다. 물론 그 동안 보여준 이 정부의 '삽질'을 비롯하여 '폭정과 독재'에 준하는 여러 행동, 그리고 위에 적어 놓은 개인적인 의구심 등이 그런 부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습니다만, 그런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가능한 한 이 사안에만 이목을 집중시킨다 해도 믿을 만한 구석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위정자들에게서 나온 말과 행동에서 그들의 '순수한 의도'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실력이 못 미더워 믿지 못하겠습니다.
청계어항에 해 놓은 짓거리로 인해 서울시가 지고 있는 부담들을 생각한다면, 저는 - 지금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 그들이 4대 강 사업을 비롯한 지역 균형발전을 '청계어항을 만든 실력과 마인드'로, '임기 내에', '올해부터', 등등의 이런 성과 위주의 마인드로 실행할 경우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문제는 지금의 사업들이 그런 마인드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로 인한 부담이 지금 서울시가 지고 있는 부담처럼 다음 정권과 후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봅니다.
다음으로, 위 정책이 나오자 마자 터져나온 위정자들의 발언 및 돌출행동은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래 관련기사에서 보듯 박희태 대표는 "전국 곳곳에서 건설소리가 들리게 하지않으면 이 난국을 돌파하는 동력을 얻기가 어렵다"면서 노골적인 건설 위주의 경기부양론을 펼치고 있으며, 더욱이 "대통령이 그 현장을 지휘하면서 땀 흘리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은 감동을 받을 것이다"라고도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전시행정'으로 감동을 주겠다는 새마을 운동 시절로 나라가 회귀한 듯한 발언도 문제이지만 '대통령의 신화적 돌파력'이라든지 하는, 마치 공산국가의 독재자를 찬양하듯 하는 대통령의 눈을 가려버리고 귀를 막아버리는 발언은 정말 낯뜨겁기 짝이 없으며 여당의 대표라는 자가 이런 말을 했다는 점에서 저는 이 공사가 과연 국민을 위한 공사인지, 아니면 대통령과 위정자들과 부자들을 위한 공사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게 듭니다.
더불어 다른 기사를 보면 영일대군님께서 쪽지에 무엇을 적은 듯 한데, 이것에 대한 판단은 보시는 분들께 맡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이태 박사에 대한 개인감사, 징계위원회 회부 및 중징계 예고는 매우 당혹스럽습니다.
징계는 없을 것이라는 약속은 우려대로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듯 합니다. 징계위원회의 징계 유무를 떠나서,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는 일단 덮고 보자는 식으로 버로우했다가 열이 좀 식어가는 듯하자 이전에 했던 말은 헌신짝처럼 던져 버린 채 김이태 박사에게만 감사를 받게 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는 것은 매우 음험하고 악랄한 일입니다. 공안정국이 다시 살아난 느낌이랄까요.
이런 상황에서 대체 뭘 보고 믿으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경배하는 이름은 과연 무엇일까요
지금의 위정자들을 보면 일관되게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면서 그 '선택'된 주체가 무엇을 하면 그게 긍정적인 무엇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믿는 듯 합니다.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엄청난 감세를 이야기하면서 "부자와 대기업들이 돈을 써주고 투자를 하면 그로 인해 서민 경제가 피고, 서민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논리는 그런 생각으로 나오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잘못된 '선택과 집중'이 '선택과 실신'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일처럼 잘못된 선택은 손에 쥔 '선택'마저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균형을 빙자한 불균형은 그만 집어치워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 이 경우는 권력을 쥐고 있는 부분이 '선택'된 것이기 때문에 손에 쥔 것을 잃지는 않겠군요.)
민노당에서 김이태씨에 대한 징계 검토를 "독기 서린 집착"이라 표현했는데, 저는 집착이라는 말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온 국토를 콘크리트가 뒤덮인 "회칠한 무덤"으로 만드려는 현 정부의 위정자들의 집착은, '집착'을 넘어 누군가의 노래 가사처럼
사랑보다도 위대하고 종교보다도 강해 보입니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겉으로는 '아니다'라고 말을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대한민국 전체가 이런 집착에 휘말린다면 약한 자는 서슴없이 밟아버리고 강한 자에겐 편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과연 저뿐일까요.
- The xian -
P.S. 위 글을 작성하는 데에 참고한 관련기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연합뉴스] 지방발전에 100조 투입..`초광역개발권' 본격 추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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